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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면서 매년 유방재건 수술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728명(진료비 137억)이던 유방재건 환자는 2018년 6,925명(진료비 167억), 2019년 7,133명(167억), 2020년 7,156명(166억), 2021년 7,497명(176억), 2022년 8,024명(166억) 등으로 매년 증가세에 있다.
유방재건 수술에는 보형물과 피부 이식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앨러간의 인공유방 보형물을 삽입한 환자들에게 희귀암인 형성 대세포 림프종(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발생 우려가 제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회수조치가 내려진 것처럼 인체에 이식되는 조직은 부작용 이슈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최근 세계 최초로 계면활성제가 아닌 이산화탄소(CO₂)를 이용한 초임계 탈세포화 기술을 개발, 상용화를 통해 부작용 ‘0’라는 기록을 써내려가는 기업이 있다.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인체조직 기반 이식재 전문 바이오벤처 도프(대표 신용우)가 그 주인공이다.
도프를 이끌고 있는 신용우 대표는 의사도, 약사도, 생명공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로 한화석유화학 중앙연구소를 거쳐 해외연수 중 나노테크놀로지 기술을 알게 됐다. 2015년 나노기술 연구개발 기업을 설립한 신 대표는 NT 기반 코팅액 및 필름 개발 중 바이오 테크놀로지 기술을 결합하여 생체재료 및 조직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초임계 기술을 이용한 인체조직 탈세포화에 성공했다.
이산화탄소는 일정한 압력과 온도를 초과하게 되면 액체도 아니고 기체도 아닌 ‘초임계 유체’ 상태가 된다. 초임계 유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이식거부반응의 주요 원인인 세포질과 핵막의 인지질을 용해하는 탈세포화 과정을 통해 인체조직을 이식에 적합한 이식재로 변화시킨다. 대부분의 이식재들은 계면활성제로 조직을 탈세포화 하는 반면, 도프는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공법인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조직을 탈세포화 했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이식재가 출시된 후 현재까지 전국의 10여개 대학병원에서 1,000여건 이식됐지만 부작용이나 부적합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신용우 대표를 만나 도프가 가진 초임계 탈세포화 기술과 인체조직 이식재 시장에서의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 '초임계'라는 말이 생소하다. 도프의 핵심 기술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도프의 주요 사업은 인체조직 기반 이식재를 공급하는 것이다. 인체조직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탈세포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도프는 세계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초임계 기술을 인체조직에 적용하여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산화탄소는 일정한 압력과 온도를 초과하게 되면 액체도 아니고 기체도 아닌 ‘초임계 유체’ 상태가 되는데 이 때의 이산화탄소를 조직의 세포질과 핵막의 인지질을 녹이는 용매로, 즉 탈세포에 활용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이식재 기업들은 탈세포를 위해 계면활성제 등 화학물질을 이용해 왔다. 인체조직을 24시간 동안 계면활성제에 담가 놨다가 48시간 동안 세척하는 방식이다.
초임계 유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잔류물질을 남기지 않고 물질을 탈세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 워싱 공정이 없기 때문에 작업자의 상태로 편차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이식조직의 탈세포화에 적합할 뿐아니라 원조직과 유사한 성분과 물성은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생착률도 높다. 기존 3~5일 걸리던 탈세포 시간도 2일로 단축할 수 있어 원가 면에서도 경쟁력이 좋다.
- 초임계 기술을 이용한 도프의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
도프의 주력제품으로는 무세포 동종피부인 ‘SC DERM’, 무세포 동종신경인 ‘SC CONNECT’와 피부를 주사기 주입식으로 만든 필러형태의 ‘SC FILL’ 등이 있다.
‘SC DERM’은 주로 유방암 수술 후 유방재건에 이용되고 있으며, 회전근개 수술이나 욕창·화상 환자의 피부재건에 사용된다.
‘SC CONNECT’는 사고나 유방암 등으로 신경을 잃은 환자들에게 사용되는데, 말초신경을 재생시켜 운동기능이나 감각기능을 향상시킨다. SC CONNECT는 미국의 액소젠(Axogen) 이외에 국내에 최초 공급된 신경 이식재다. 2022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하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했다.
‘SC FILL’은 성형외과에서 필러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무릎관절용 치료제로도 성능이 우수하다.
- 유방재건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 사용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인체 조직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장은 유방재건에 이용되는 무세포 동종진피(Acellular Dermal Matrix) 분야다. 성형 인체 이식재인 필러를 중심으로 회전근개 수술 등 정형, 비뇨 등의 분야에도 쓰이지만 유방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유방 재건 ADM 시장은 앞으로도 매년 15%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종신경의 경우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3조 정도에 달한다. 보통 신경에 문제가 생겨 이식할 때에는 자가 신경을 이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특정부위 신경을 희생해야 해서 수술 후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도프의 동종신경을 사용할 경우 특정부위 신경을 희생하지 않아도 되며, 초임계 기술로 최저가 공급이 가능해 환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초임계 기술의 놀라운 효과, 의사들을 움직이다
- 현재 도프 제품이 공급되고 있는 곳들은 어디이며, 직접 사용해본 의료진들의 평가는 어떠한가.
제품이 나온 것은 지난해 8월이지만 시중에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11월이다. 현재까지 1,000건 이상 시술됐는데 부작용이나 이식 부적격 결과가 나온 것은 단 1건도 없다.
분당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 10여 곳에 이식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대리점 영업을 시작한 만큼 올해 말까지 2,000여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프 제품을 사용해본 의사들은 제품이 정말 좋다고 이야기한다. 기존 제품을 사용했을 때는 100~130케이스 중 한번은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10케이스에 1~2케이스는 재수술은 아니지만 붉은 유방 증후군(Red Breast Syndrome)이나 장액종(seroma)이 생겨 항생제 처방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부작용이 단 한건도 없 으니 ‘초임계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그런 분들이 점점 늘어서일까 1년도 채 안됐지만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100억 목표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 그렇더라도 인체이식 조직이라는 특성상 의사들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치료재료라고 하더라도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있지 않는 한 쉽게 처방을 바꾸지 않는 게 바로 의사들이다. 때문에 도프의 인체조직 이식재가 안전하고 환자들에게도 유익하다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해 보이는데.
의사들은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조금은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 새로운 제품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쌓고 있다. 하지만 이식의 특성 상 이식 후 1년 정도는 지나야 데이터가 쌓일 수 있어 임상적인 논문은 빨라야 내년 정도에나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 도프 제품의 질 관리 방안을 세워놓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
인체조직을 관리하려면 시설, 장비, 품질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도프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직은행 허가를 받았다. 이에 GTP(식약처 인체조직 관리기준)를 토대로 한 표준 작업절차 매뉴얼(SOPM)에 따라 철저한 정도관리를 하고 있다.
채취, 저장, 처리, 보관, 분배 등의 과정에서 조직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체계화된 문서관리는 필수적이다. 도프는 부작용 발생 시 문서 기록 체계를 통해 역추적할 수 있도록 했고, 지속적인 교육 및 내부감사를 통해 조직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 유방재건 수술은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유방재건 수술 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
인체조직 이식에 사용되는 조직들은 대부분 고가다. 우리나라는 시신 기증이 많지 않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유방재건 시 평균적으로 16cm×16cm 정도를 쓰고 있는데 등재돼 있는 재료비용은 1cm×1cm당 4만3,000원이다. 16cm×16cm이라고 하면 대략 1,000만원 정도 되는 셈이다. 유방재건 수술 시 이식재는 선별급여 대상이라 50%는 건강보험에서 50%는 본인이 부담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도 기증 문화가 활발해진다면 비싸게 돈을 주고 조직을 수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도프는 국내 인체조직 기증운동이 활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법인차에 ‘Tissue Donation Saves Lives’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부착해 운행하고 있다. 또한 캠페인 차원에서 에코백을 제작, 학회 같은 행사 때 나눠주고 있다.
국내 인체조직 기증운동이 활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한 에코백.
- 인체조직은행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조직은행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인체 조직을 채취하거나 보관해 판매할 수 있는 기관이다. 인체 조직을 관리하려면 시설과 장비,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심사가 까다롭다. 도프의 조직은행은 수입해온 가공조직을 탈세포화 해 병원에 공급하는 곳으로 뼈, 연골, 피부, 인대, 혈관 등 11개 조직을 가공 및 분배할 수 있다.
-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세워놓은 전략이 있다면.
우선 국내 인지도를 높여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자 한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제품을 공급해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따라서 도프의 제품을 사용한 KOL(key opinion leader) 의사들을 통해 D2D (Doctor to Doctor) 마케팅을 적극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시장 개척 및 진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Asian Pacific Federation of Societies for Surgery of the Hand 2023’에도 참여하여 해외 마케팅 네트워크를 쌓은 바 있다. 현재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남미 등 여러 국가에 수출 및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외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전략적 제품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 최근 시리즈 B 투자유치에 성공, 155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얼어붙고 있는 투자시장에서 상당한 성과가 아닌가 싶은데, 상장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2025년 가을 상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2년이면 초임계 탈세포화 기술이 인체조직 이식재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도프의 도전을 지켜봐달라.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유지영기자
“초임계 탈세포화 기술, 인체조직 이식재 시장 게임체인저 될 것” < 산업 < 뉴스 < 기사본문 - 청년의사 (docdocdoc.co.kr)